
2026년 7월, 동진쎄미켐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조직 관점의 문제해결 스킬 강화」 워크숍을 3시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이번 과정의 설계 전제는 하나였습니다. 이들은 기술적 역량이 뛰어나서 채용된 사람들이고, 그 역량 자체는 손댈 필요가 없다는 것. 다만 학교와 연구실에서 훈련받은 문제해결 방식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방식 사이에 간극이 있고, 입사 후 몇 달이 그 간극을 몸으로 겪는 시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오프닝 질문 하나로 세 시간을 붙들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맞는 답이 분명히 있는데도, 왜 현업의 문제는 끝나지 않는가. 그리고 각자 지난 몇 달 중 「생각보다 일이 다르게 흘러갔던 순간」을 한 줄로 적게 했습니다.
이 활동은 조직 진입기 연구에 기대고 있습니다. Louis(1980,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5(2), 226-251)는 신입 구성원이 겪는 핵심 경험을 놀라움(surprise)과 대비(contrast)로 규정하고, 그 놀라움을 스스로 의미화하는 과정에서 적응이 일어난다고 봤습니다. 답답함을 그냥 넘기면 감정으로 남지만, 언어로 꺼내 놓으면 다룰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정보를 세 번에 나눠 줬습니다
Module 2는 시뮬레이션입니다. 신규 포토레지스트에서 미세 패턴이 흐리게 나오는 상황을 주되, 정보를 한 번에 주지 않고 세 라운드로 나눠 공개했습니다. 1라운드는 이상 징후만, 2라운드는 양산 슬롯 일정, 3라운드는 품질 이력과 고객사 압박입니다.
핵심 갈림길은 2라운드였습니다. 원인을 1~2주 더 규명할 것인가, 지금 정보로 생산에 판단을 넘길 것인가. 완벽주의 성향의 조는 대부분 규명 지속을 골랐고, 저는 그때마다 3주 뒤로 밀리는 양산 슬롯의 비용을 누가 지는지 되물었습니다. 반대로 성급히 넘기려는 조에는 원인 불명 상태에서 양산으로 번질 리스크를 물었습니다.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닙니다. Simon(1955,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69(1), 99-118)이 제시한 제한된 합리성과 만족화 개념처럼, 현실의 의사결정은 최적해를 찾는 게임이 아니라 제약 안에서 충분히 좋은 답을 고르는 게임입니다. 속도·의사결정·리스크·비용이라는 네 가지 잣대는 그 제약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장치였습니다.
가상의 사례에서 자기 사례로 넘어가는 지점
Module 3에서는 오프닝에 적어 둔 자기 경험을 다시 꺼내, 6칸 워크시트로 재정의하게 했습니다. 당시 내가 본 문제를 적고, 그 문제가 누구의 업무에 영향을 줬는지 확인한 뒤, 앞선 네 잣대에 협업을 더한 다섯 가지 중 무엇과 닿아 있었는지 골라 한 문장으로 다시 씁니다.
거의 모든 참가자에게서 처음 적은 문제와 다시 쓴 문제가 달라졌습니다. Wedell-Wedellsborg(2017, Harvard Business Review 95(1), 76-83)는 조직이 어려워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일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규정하는 일이며, 재구성의 목적은 진짜 문제를 찾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문제를 찾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 차이를 스스로 목격하는 순간이 이 실습의 전부입니다.
마무리는 「다음 주에 나는 무엇을, 누구와 함께 하겠다」는 한 문장 선언으로, 전원이 릴레이로 진행했습니다. 이는 Gollwitzer(1999, American Psychologist 54(7), 493-503)의 실행 의도 연구에 근거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겠다는 형태로 미리 특정해 두면 목표는 실행으로 훨씬 잘 옮겨집니다. 다짐이 아니라 형식이 행동을 만듭니다.
강사로서 남은 지점
인상적이었던 건 신입사원들이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워크시트에 내 행동과 협업 요청을 물리적으로 나눠 적게 했습니다. 넘기기 전에 형식을 먼저 물어보기, 중간에 한 번 공유하기 같은 작은 행동들이 나왔습니다. 작아 보이지만 이것이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의 기초입니다.
한 가지 더. 1989년 국내 최초, 세계 네 번째로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한 이 회사의 역사를 가치사슬 설명에 썼습니다. 소재를 만든 것만으로 국산화가 완성된 게 아니라, 그 소재가 실제 라인에서 회로를 그려냈기 때문에 완성된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내 칸에서 완벽한 것과 옆 칸으로 넘어가는 것은 다르다는 메시지를 회사 자신의 역사로 전달할 수 있었던 건 이번 과정의 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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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코치 | 커넥팅더닷츠 | jykim@connectdo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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