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부를 손으로 쓴다고요? (2025.11.04)
@Whisk 생성
최근 들었던 황당한 소식 한 가지를 먼저 전합니다. 여러분들도 알만한 기업입니다. 부서마다 출근부를 두고 직접 기재한다고 하더군요. 사업장이 큰 덕분에 출근 태깅 후부터 사무실까지 거리가 있다죠. 일부 직원은 커피 한 잔, 담배 한 대를 피러 가다보니 공식적으로 지각은 아니지만 부서장들은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부서 앞에다 출근부를 두고 출근 시간(정확히는 부서 도착 시간)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영어에 비슷한 표현이 있을까 찾아보니 커피 배징(Coffee Badging)이라는 단어가 있더군요. '사무실 복귀(RTO, Return-to-Office)' 정책이 강화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새로운 저항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명 '커피 배징(Coffee Badging)'입니다. 이는 사무실에 출근해 ID 카드를 태그('배징')하고, 동료들과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머물다가, 슬그머니 다시 퇴근해 재택근무를 하는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물론 앞선 사례는 커피 배징에 대한 사측의 조치였네요 ㅎㅎ)
1. 출근 도장만 찍는 직원들, 왜?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 3회 사무실 출근'이 거의 표준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누렸던 '완전한 자유'가 끝나가는 신호죠. 리더들은 "얼굴을 봐야 협업이 된다", "조직 문화는 대면에서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많은 직원의 생각은 다릅니다. "집에서도 똑같이, 아니 더 잘할 수 있는데 굳이 왜?" 이 간극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커피 배징'입니다.
이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의 또 다른 변형입니다. 회사가 원하는 최소한의 요구(출근)는 만족시키되, 그 요구의 본질(사무실에서의 근무)은 수행하지 않는 '악의적 순응(Malicious Compliance)'의 한 형태입니다.
직원들은 RTO 정책이 자신들의 생산성이나 협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보다, 단순히 '관리자가 직원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욕구' 혹은 '비싼 임대료를 정당화하기 위한 쇼'라고 느낄 때 이 방법을 택합니다.
2. 리더의 '공허한 승리'
리더 입장에서 '커피 배징'은 꽤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첫째, 측정의 왜곡이 발생합니다. 경영진 보고용 대시보드에는 '사무실 출근율 80%'라는 훌륭한 숫자가 찍힐 겁니다. ID 카드 태그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사무실 좌석은 텅 비어있습니다. 리더는 '공허한 승리'를 거둔 셈입니다. 숫자는 잡았지만, 원하는 소통과 협업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직원들은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합니다. 회사는 텅 빈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난방비, 전기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마시고 떠난 '커피 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셋째, 신뢰가 무너집니다. '커피 배징'은 기본적으로 '속임수'입니다. 이 현상이 만연한다는 것은, 경영진과 직원 간의 신뢰가 이미 바닥이라는 뜻입니다. 직원들은 회사를 믿지 못하고, 회사는 직원을 감시하려 듭니다. 이 악순환 속에서 조직 문화는 급격히 나빠집니다.
3. '출근 도장'이 아닌 '목적'을 설계하라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더 강력한 통제 시스템(예: 좌석 센서 설치, PC 로그인 시간 추적)을 도입하는 것은 최악의 수입니다. 이는 직원들을 더 교묘한 '커피 배징'으로 이끌 뿐입니다.
HRM(인적자원관리)과 리더십 관점에서, 우리는 '왜'에 집중해야 합니다.
[Action Point 1: '출근의 이유'를 명확히 설계하라]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직원들은 왜 사무실에 나와야 하는가?" 만약 그 대답이 "원래 그랬으니까" 혹은 "서로 얼굴 보려고"처럼 모호하다면, RTO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X) "앞으로 수, 목은 무조건 출근입니다." (O) "매주 수요일은 '크로스팀 협업 데이'입니다. A 프로젝트와 B 프로젝트가 만나 점심 식사(제공)도 하고, 오후에는 타운홀 미팅에서 서로의 성과를 공유합니다."
재택근무가 줄 수 없는 '사무실만의 경험(Office-Exclusive Experience)'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것이 유익한 세션이든, 맛있는 점심이든, 혹은 격렬한 브레인스토밍이든 말이죠.
[Action Point 2: '시간'이 아닌 '성과'로 관리하라]
'커피 배징'은 리더가 직원의 '시간'을 통제하려 할 때 발생합니다. "김 프로가 9시부터 6시까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김 프로가 A 리포트를 금요일까지 완성도 있게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더십의 초점을 '감시(Surveillance)'에서 '지원(Support)'으로 옮겨야 합니다. 명확한 목표(OKR)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Process)은 직원에게 맡기는 자율성이 필요합니다.
[결론] '커피 배징'은 직원들의 얄팍한 꼼수가 아니라, RTO 정책의 허점을 짚어내는 날카로운 신호입니다. 리더는 '몇 명이 출근했는가'를 세기보다, '우리가 왜 모여야 하는가'를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저의 다섯 번째 책, <리더가 리더에게>가 출간됐습니다.
현대차 그룹 임원 여섯 분(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로템)과 함께 현장형 리더십을 담아낸 책입니다. 저는 저술 프로젝트에서 감수와 '김 코치의 실천 한마디'를 맡았습니다.
'리더는 이렇게 하라~'라고 가르치거나 함부러 조언하지 않습니다. 그저 겪은 일을 담담하게 전할 뿐입니다. 현직 임원들이라 다소 거칠고 세련되진 않습니다만, 실전 경험에서 우러난 공감을 드립니다. 많은 관심과 구매를 부탁드립니다. ^^/
(우측 사진은 현대차 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저자들의 미니 북토크(10/17) 모습입니다)
많은 관심과 구매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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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에밀), 커넥팅더닷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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